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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간도서

그놈의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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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도서명 그놈의 장미
저자 박효명 지음
출판사 써네스트
정가 12,000원
발행일 2020년 12월 10일
사양 216쪽 | 140*210*14mm
ISBN 979-11-90631-15-0

5·18문학상 수상자 박효명의 첫 번째 장편소설

 

주인공 정새아는 평범하고 튀지 않게 사는 것이 좋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혀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실제로는 아무도 평범한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자신의 부모조차도 그렇다.

 

평범한 게 가장 좋은 거라고들 말하는데 절대 아니다. 그건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함을 듣기 좋게 포장한 말일 뿐이다. 우리 부모님만 해도 그랬다. 엄마는 중간쯤인 평범한 내 등수가 불만이었고, 아빠는 내가 연예인이 되기 힘든 평범한 외모인 걸 안타까워했다.

 부모님의 불만을 생각하면 ‘어이가 없네~’라는 영화 대사가 절로 떠오른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의 성적과 등수에 연연하니 그건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자식의 외모에 연연하는 부모는 드물지 않나? 아빠의 유일한 자식인 나는 아빠의 유전자를 빼닮아 너무도 평범한 외모를 가졌다. 성형외과 의사 눈에는 평범한 외모는 최악의 외모와도 같은 말인 듯했다. 내 평범한 외모가 왜 그토록 안타깝고 슬픈 일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빠의 직업을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어쨌든 나는 그렇게 암묵적으로 못난 아이로 자랐다. 성적이라도 좋았다면 모든 게 상쇄되었겠지만 외모도 성적도 나를 구제하지는 못했다.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튈 수 있는 일이 벌어진다. 사실은 아무렇지도 않은 사소한 일이지만 SNS는 그녀를 최고의 천사로 만들어준다. 최고의 천사가 된 그녀는 그토록 원했던 은호와의 만남도 갖게 된다. 그것이 다 평범하지 않은 자신의 행동에 의해서였던 것이다. 영원히 행복할 것 같은 일상이 시작되지만 거기서 불행이 시작되고 거침없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 절망의 나락에서 다시 살아나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온갖 폭력에 노출된 우리의 청소년들의 자화상

 

요즘 우리시대 청소년들은 갖가지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 특히 SNS 폭력과 데이트 폭력이라는 커다란 괴물들과 언제든지 맞닥뜨릴 수 있는 환경에 처해 있다.

SNS의 경우는 자신을 샐럽으로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악마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 <<그놈의 장미>> 속 정새아가 바로 그러한 경우에 처하게 된다. 처음엔 누구나 그렇듯이 아무런 방어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다. 그렇게 하면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새아와 다희, 말자, 민주에게. 그리고 그들이 아닌 또 다른 누군가, 당신에게도.

반짝반짝 빛나도, 빛나지 않아도 괜찮다. 부디 당신의 장미를 벤치 위에 내려놓고 돌아설 수 있기를…….

 

라고 <작가의 말>을 쓰듯이 저자는 <<그놈의 장미>>를 통해서 갖가지 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될지 모르는 친구들을 응원하고자 이 글을 썼다.

 


박효명

「김순영 꽃」으로 제12 5·18문학상 동화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는 『세 개의 시간』(공저), 5 18, 잠수함 토끼 드림』(공저)이 있다.


    책 속으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동영상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였다. 누군가에 의해 악의적으로 편집된 게 분명했다. 욕을 한 건 맞지만 절대로 할머니에게 한 건 아니었다. 누군가가 나를 밀어서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감탄사였을 뿐. 그게 이렇게까지 지탄받을 일인지 정말 모르겠다.

     도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걸까? 처음부터 그 일을 생색낼 마음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내 입으로 지하철 선행 여중생이라고 떠들어 대지도 않았다. 멋대로 나에게 그런 이름을 붙이고 나를 규정 지은 건 사람들이었다. 그랬던 그들이 이제는 모든 게 거짓말이고 사기였다며 나를 거짓말쟁이에 사기꾼이라고 손가락질했다. (87)

     

    이를 악문 은호는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애 손길이 스칠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더니 이내 떨리기 시작했다.

     떨림이 심해지자 은호가 두 팔로 내 목을 끌어안았다. 몸을 빼내려고 하면 할수록 그 애는 두 팔에 힘을 주어 내 목을 더 꽉 조였다. 그 애에게서 나는 진한 바닐라 향 때문인지 내 목을 조이는 힘 때문인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익숙한 숨 막힘이었다. 그 애는 더 이상 나에게 숨이 멎을 것 같은 사람이 아닌 엄마 아빠처럼 내 목을 졸라 숨 막히게 하는 사람이었다. (101)

     

    ‘카페, 호프(CAFE, HOPE)

     참 안 어울린다. 덩굴이 옥죄고 있어 곧 질식할 것처럼 보이는 건물 이름으로는 말이다. 건물이 제 이름을 고를 수 있었다면 과연 ‘희망’이라는 단어를 선택했을까? 우리는 희망이라고 쓰인, 전혀 희망처럼 보이지 않는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늘 그래 왔던 것처럼(112)

     

    전에는 삶이란 무조건 내 뜻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내 삶은 내가 선택한 조각들이 모여 만들어 낸 결과였다. 내 선택이 조금 더 현명해져서 내 삶이 지금보다 행복한 곳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내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흘러가더라도 이젠 괜찮다.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 나는 또 다른 선택을 할 것이고, 결국은 그곳으로 흘러갈 테니까. 지금처럼 말이다. (212~213)